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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5시 24분] 잊어버리지 않았고 잊혀졌을 뿐이다

과거의 잔상을 쫓는 것은 내가 그곳에 있었다는 확신이 없기에 그것을 확인하고자 함이 아닐까?

요즘 들어 부쩍 횟수가 는 것이 있다. 옛날의 모습을 담은 장면들을 감상하며 추억을 떠올리는 횟수를 늘려가고 있다. 빛의 주변으로 뿌옇게 흐려진 듯 또렷한 형태를 떠올릴 수 없지만 그 시절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나 그 시절의 물건을 바라보면서 흐릿하게나마 비슷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즐거워하게 된다.

뒤를 돌아보는 일이 잦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흐트러졌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무엇인가 마음속에 어려움을 가졌지만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그냥의 시간에 의지하고 있는 상태일 때 보통 뒤를 돌아본다. 덕분에 방의 한쪽 장식장을 과거의 흔적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고개를 뒤로 돌리면 보이는 위치지만 평소에는 눈길을 두지 않는 편이다. 고의로 외면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상시엔 그렇게 생각나지 않는다.

기어이 뒤를 돌아봤다면, 그렇게 과거를 떠올렸다면 적어도 행복한 기억이어야 겠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놓쳤던 기회와 갖지 못했던 것들 사라져 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통이었다. 특히 스쳐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엇보다 오랫동안 그 흔적을 남겼다. 그럴 때는 마치 끝말잇기처럼 기억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감정을 달래기 힘든 밤이 찾아왔었다.

마음이 흐트러지는 날은 과거의 생각으로 가득채워지지만 문득 '그곳에 있었던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물론 기억 속 장소는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흩어진 기억은 명확하게 확신을 주지 않는다. 드물게는 과거의 존재와 지금의 연결고리를 의심하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질 때도 있어 당혹스럽다. 기억이라는 것은 아마도 그렇게 서서히 존재를 지워가는 것인가 보다. 조각나고 연결고리를 지우고 가라앉아 서서히 색을 잃어가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리라. 사라지는 연결고리만큼 존재를 확신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리라.

뭐 어떤가, 존재를 영원히 주장한다고 한들 들어줄 사람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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